저는 블로그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본 것이 2007년 무렵이고,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SNS 대신 블로그를 만들어 서로 이웃이 되어 소통하던 것이 대세였습니다. 어느날 페이스북이 싸이월드는 물론이고 블로그의 많은 부분까지 대체하면서 저 또한 기존에 관리하고 있던 네이버 블로그를 폐쇄하고 사람들과의 소통 창구를 SNS로 대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2020년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기준,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의 접속량은 벌써 네이버를 전년도보다 훨씬 앞서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카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대체가 된지 오래되었고, 네이버 블로그의 많은 부분 또한 인스타그램이 가져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더 다양한 것들을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것들이 간편해지는 것을 추구하는 사이, 우리는 예전보다 여유를 잃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릴스, 쇼츠와 같은 초단시간 영상 플랫폼(short-form)과 인스타그램으로부터 피로감을 느끼며 다시 블로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 또한 진지한 고민과 사유를 정제화 된 언어로 보기 좋게 정리하는 대신, SNS에 적을 법한 짧은 글로 해결하는 것에 몰두하며 시간낭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또한 SNS가 블로그를 대체할 수 없는 특장점들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드디어 만들었습니다. 아마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짧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기존의 인스타 계정 등과 다르게 이곳은 좀 더 무게감 있게 제 생각을 말하고 일상을 기록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참고로 이 블로그의 도메인인 ‘varmakoro.net’의 유래는 ‘따스한 마음'(varma koro)을 뜻하는 에스페란토 표현으로, 세계공용어를 꿈꾸며 만들어진 ‘에스페란토’라는 언어가 제게 주는 영감과 더불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따뜻한 심장을 갖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습니다.